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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에게 감사하는 마음

     추수감사절이 되면 타 지역으로 공부하러 떠났던 자녀들이 돌아 온다. 물론 모든 아이들이 집으로 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떤 경우에는 기쁜 마음으로 귀향할 만큼 한가하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부모님 입장에서는 아이들이 이런 기회를 핑계 삼아서라도 집에 와 주었으면 하는 마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집에 돌아 온 딸 아이와 함께 교양이 넘치고 알뜰한 우리의 미세스 김이, 조금은 이른듯 하지만, 블랙 플라이 데이 세일을 구실 삼아 크리스 마스 샤핑에 나섰다. 올 해는 경기가 좋지 않은 관계로 선물을 할 분들의 리스트를 대폭 줄였다. 부모님등을 비롯해 아주 소수의 분들께 최소의 비용으로 마음을 훈훈하게 데워드렸으면 하는 소망으로 정성어린 선물을 사느라 열심히 발품을 팔다보니 시장하고 목이 말랐다마음 한구석에는 어휴 커피 한 잔이면, 리스트에서 애석하게 빠진 이모님께 조그만 선물을 하나 해드릴 수 있을텐데 하는 주저함도 있었으나 조그만 과자 한 봉지와 커피를 한 잔 사 마시며 좀 쉬기로 작정을 했다. 딸 아이는 봐둔 자켓을 본다며 백화점으로 들어간 사이 몰안의 스타 벅스 스토어엘 들렀다. 긴 줄에서 얼마를 기다린 후 겨우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과 마들렌 쿠키 몇 조각을 사 다른 손님이 앉아 신문을 읽고 있는 테이블의 맞은 편에 겨우 한자리를 얻어 양해를 구함도 없이 풀석 주저 앉았다.


     며칠 전 시애틀 타임즈의 일요판에 포함되어 들어 온 세일 품목 안내 광고문을 읽으며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과자 봉지에 손을 뻗었다. 아니 이게 웬 일? 맞은편에 앉은 남자의 커다란 손이 그녀의 과자 봉지에 거의 동시에 뻗쳐 과자 한 조각을 집어 들곤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한입 덥썩 베어 무는 것이 아닌가. 맘씨 좋은 김여사, 뭐 실수였겠지. 신문을 열심히 읽다가 보니 자기 것인줄 알았겠지. 그저 넘어 가고, 시선을 다시 세일품 카탈로그로 옮긴다. 잠시후, 커피를 한 모금 홀짝 거린뒤, 다시 과자 한조각을 집어든다. 아니 이런 또 다시 앞의 그 남자, 맛있는 내 과자를 한조각 집어들곤 빙긋이 웃음까지 띈 표정으로 자신의 티 잔에 살짝 담근 후 한입을 베어무는 것이 아닌가. 그래 얼마나 무안하면, 얼마나 배가 고프면, 남의 것을 말도 없이 먹을까하며, 감사절 다음날인데 이 정도야 넘어가줘야지 다짐한다. 더구나, 차에 마들렌 쿠키를 적셔 먹는 것이 불문과 전공자인 김 여사의 옛 기억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에 귀엽게 봐 주기로 한 거였을 지도 모른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 버린 기억을 찾아서의 주인공이 그 과자를 차에 적셔 먹을 때, 지난 기억들이 무의식적으로  스며나오는 것을 경험한 그 기억 때문에...


     이제 아팠던 발도 좀 나아졌고, 아직 더 사야될 품목들도 있어 마지막 남은 쿠키를 입에 물고 커피 한 모금으로 살살 녹여 먹어야지 생각하며 손을 쿠키 봉지에 뻗는 순간, 아 참 동작 빠른 이 남자 자기가 먼저 냉큼 마지막 남은 과자 조각을 집어들어선 반쪽으로 똑 잘라 김여사에게 넘겨 주는 것이 아닌가. 이런 몰상삭한, 아니 반쯤밖에 양심이 없는 XX. 교양있는 김여사의 입에서 거의 튀어나올 뻔한 욕을 간신히 삼키곤, 뭔가 고상하게 한 방 먹여줄 영어 구절을 머리속에서 찾을 즈음, 이 남자 보고 있던 신문을 차곡 접어 겨드랑이에 끼곤 사람좋은 목례와 함께 자리를 떠난다. , .요즘은 여성에게 관심을 보이는 방법도 여러가지구나 자위하며, 주섬주섬 카탈로그를 챙겨 가방에 넣으려는 순간 가방 속에 삐죽이 얼굴을 내민 마들렌 과자 봉지가 머리속을 하얗게 만들었다. 화가나 뚜껑이 열렸던 머리에 얼음 냉수를 확 끼얹어 김이나게하는 그런 기분. 아니 뭐야, 남의 과자를 먹으며, 그리도 불평을 한거였어?


     우리 교회 목사님이 몇 년전 추수감사절 예배에서 말씀하신 예화를 필자의 상상력을 가미하여 각색해 옮겨 보았다. 기독교식으로 말하면, 모든 것을 하나님의 은혜로 공짜로 받은 그 사랑을 잊고, 모든 것이 원래부터 자기것인양, 조금이라도 손해볼까 노심초사하며 불만에 가득찬 우리네 삶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추수감사절은 올 한해 은혜를 베풀어 주신 분들을 생각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전화 한 통이라도 드릴 따뜻한 마음을 가져야할 그런 시기이다.


     우리 자녀 교육에 있어서도, 조금만 뒤로 물러나 김여사가 가방을 뒤지듯, 우리 속부터 다시 한 번 살펴 보는 것이 순서가 아닐지. 공부에 소홀한 자식을 두둔하려는 것은 전혀 아니지만, 이렇게 잘 생긴 우리 아이 올 해도 건강하게 지켜 주셨으니, 이제 정신을 가다듬어 좀 더 열심히 살아가길 바라는 기도와 함께 어깨한번 보듬어 안아 주는 것도 좋지 않을실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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