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명기 칼럼
지난 주 아들 아이가 다니는 고등 학교의 강당에서 열린 강연회에 참석했다. 목요일 오후라 사무실을 지키고 있어야할 상황이었지만, 워낙 오래전부터 듣고 싶어 별러 오던 강연이라 만사를 제치고 참석을 했다. 혹시 자리가 없을까하여 저녁을 거르면서라도 강연이 시작되기 40여분 전에 강당에 도착하니 딸아이와 아들 녀석이 자리를 잡아 놓고 기다린다. “아빠, 저녁 드시고 오셔도 될뻔했어요. 생각보다는 사람이 아직 그리 많지 않네요.” 어쨋건 편한 자리에 앉아 아이들과 오늘의 연사에 대해 촌평을 나눈다. 마이클 샌델 (Michael Sandel). 하버드 대학에서 지난 30년 동안 ‘정의(Justice)’라는 제목의 명강의를 계속해 온 인기절정의 정치 철학자. 지난 여름엔가에는 한국에서 걸그룹 리사이틀보다 많은 청중을 모은 강사. “아부지, 오늘 오전의 어셈블리에서 Professor Sandel이 우리 학교 전체 학생이 모인 자리에서 강연을 했는데, 정말 좋았어요. 강연후에 그 선생님하고 개인적으로 이야기하려는 아이들이 많아서 저도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겨우 궁금한 걸 물어 볼 수가 있었다니까요.” 자랑처럼, 아니 무슨 무용담처럼 아들 녀석이 이야기를 시작한다. 내심 ‘아이구 이녀석 애비하고는 달리 숫기가 있어 무슨 질문씩이나 했남’하며 대견했지만 내색없이“무슨 강연이었는데?”하며 덤덤히 묻는다.
대답을 가로채듯, 딸아이가 대신 나선다. “아빠, 아프가니스탄의 전장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인데요. 아빠는 이런 상황에 처하시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아이의 이야기를 간추려 보면, “어느 탈레반 점령지의 마을에 게릴라 지도자가 은신하고 있다는 첩보에 미군 지도부가 4명의 특공대를 파견해 그 지도자를 체포해 오도록 명령을 내렸다. 거의 목표 지점에 도달해 해가 지기를 기다리던 중 운없게도 지나가던 염소지기가 이들을 발견했다. 우선 이 염소지기를 위협하여 머물게한 뒤, 네명의 특공대원들은 이 사람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심각한 토론을 시작했다. 1) 돌려 보내면 탈레반에게 우리의 존재를 고발할 것이므로 죽여야 한다. 2) 아무리 전장에 있지만, 군인이 아닌 민간인을 죽일 수는 없다 (당시 이들에게는 이 농부를 재갈 물려 가두어 둘만한 도구가 없었음). 그냥 돌려 보내야 한다. 3) 나는 어찌해야 좋을 지 모르겠다.” 위의 세명의 의견 중 찬반이 각 일. 기권 일이니 마지막 군인의 향배에 따라 결정이 내려질텐데요. 만약 아빠가 지휘자인 네번째 미군이었다면 어떤 의견을 내시겠어요? 딸 아이가 흥미진진하게 또는 진지하게 물어 온다. “글쎄” 한참을 뜸을 들이다간 결국, “나같으면, 그냥 보낼 것 같애. 그 염소지기가 꼭 고발하리라는 보장도 없구…” “그 네번째 군인도 아빠와 똑 같은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결국은 그 염소지기를 그냥 보냈지요. 결과가 어땧는 지 아세요?” 묻고는 대답을 기다림도 없이 한숨을 쉬며 계속한다. “세 사람은 몇 십분이 지나지 않아 몰려 온 탈레반 군인들에게 죽임을 당했고, 구조 작전에 나선 헬기가 지대공 미사일에 추락되는 바람에 미군 십여명이 더 전사를 했어요. 그 네사람 중에 결국 한사람만이 구조되었지요.”
과연 민간인 한 명의 생명을 중시한 것이 정의인지, 아니면 더 많은 수의 생명을 위해 한 사람의 생명은 무시될 수 있는 것이 정의인지?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이와 비슷한 일들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그 저녁의 강연에서 나온 이야기들인, 동성 결혼이, 아니면 이성간의 결혼만이 옳은 것이지? 또는 장애인이 된 프로 골퍼가 PGA를 상대로 프로 대회에서 카트를 사용할 수 있게 한 청원이 받아들여져야 옳은지, 아닌지? 등등 수도 없는 상황에서 “과연 무엇이 정의인지”에 대해 우리로 하여금 판단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주제의 신선함은 차치하고라도, 한가지 놀라웠던 것은 청중의 반응이었다. 강연이 문답식이라 청중의 참여가 필수이기도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진지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틀 뒤, 페더럴 웨이 시청에서 한인 학부모회 주최로 열린 대학 진학 세미나에서 강연을 할 기회가 있었다. 샌델 교수의 강연에 참석한 영향도 있었고, 대학에서 강의할 때부터 내 자신의 강의 스타일도 그와 다르지 않았기에 참석자들에게 의도적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도록 유도했지만, 자발적으로 토론에 참여하는 이들은 학생이건 학부모님들이건 극소수였다. 확실히 아시안 학생들이 학교 수업중의 토론에 참여도가 낮다는 미국 교사들의 지적을 절감하는 밤이었다.
대답을 가로채듯, 딸아이가 대신 나선다. “아빠, 아프가니스탄의 전장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인데요. 아빠는 이런 상황에 처하시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아이의 이야기를 간추려 보면, “어느 탈레반 점령지의 마을에 게릴라 지도자가 은신하고 있다는 첩보에 미군 지도부가 4명의 특공대를 파견해 그 지도자를 체포해 오도록 명령을 내렸다. 거의 목표 지점에 도달해 해가 지기를 기다리던 중 운없게도 지나가던 염소지기가 이들을 발견했다. 우선 이 염소지기를 위협하여 머물게한 뒤, 네명의 특공대원들은 이 사람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심각한 토론을 시작했다. 1) 돌려 보내면 탈레반에게 우리의 존재를 고발할 것이므로 죽여야 한다. 2) 아무리 전장에 있지만, 군인이 아닌 민간인을 죽일 수는 없다 (당시 이들에게는 이 농부를 재갈 물려 가두어 둘만한 도구가 없었음). 그냥 돌려 보내야 한다. 3) 나는 어찌해야 좋을 지 모르겠다.” 위의 세명의 의견 중 찬반이 각 일. 기권 일이니 마지막 군인의 향배에 따라 결정이 내려질텐데요. 만약 아빠가 지휘자인 네번째 미군이었다면 어떤 의견을 내시겠어요? 딸 아이가 흥미진진하게 또는 진지하게 물어 온다. “글쎄” 한참을 뜸을 들이다간 결국, “나같으면, 그냥 보낼 것 같애. 그 염소지기가 꼭 고발하리라는 보장도 없구…” “그 네번째 군인도 아빠와 똑 같은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결국은 그 염소지기를 그냥 보냈지요. 결과가 어땧는 지 아세요?” 묻고는 대답을 기다림도 없이 한숨을 쉬며 계속한다. “세 사람은 몇 십분이 지나지 않아 몰려 온 탈레반 군인들에게 죽임을 당했고, 구조 작전에 나선 헬기가 지대공 미사일에 추락되는 바람에 미군 십여명이 더 전사를 했어요. 그 네사람 중에 결국 한사람만이 구조되었지요.”
과연 민간인 한 명의 생명을 중시한 것이 정의인지, 아니면 더 많은 수의 생명을 위해 한 사람의 생명은 무시될 수 있는 것이 정의인지?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이와 비슷한 일들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그 저녁의 강연에서 나온 이야기들인, 동성 결혼이, 아니면 이성간의 결혼만이 옳은 것이지? 또는 장애인이 된 프로 골퍼가 PGA를 상대로 프로 대회에서 카트를 사용할 수 있게 한 청원이 받아들여져야 옳은지, 아닌지? 등등 수도 없는 상황에서 “과연 무엇이 정의인지”에 대해 우리로 하여금 판단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주제의 신선함은 차치하고라도, 한가지 놀라웠던 것은 청중의 반응이었다. 강연이 문답식이라 청중의 참여가 필수이기도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진지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틀 뒤, 페더럴 웨이 시청에서 한인 학부모회 주최로 열린 대학 진학 세미나에서 강연을 할 기회가 있었다. 샌델 교수의 강연에 참석한 영향도 있었고, 대학에서 강의할 때부터 내 자신의 강의 스타일도 그와 다르지 않았기에 참석자들에게 의도적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도록 유도했지만, 자발적으로 토론에 참여하는 이들은 학생이건 학부모님들이건 극소수였다. 확실히 아시안 학생들이 학교 수업중의 토론에 참여도가 낮다는 미국 교사들의 지적을 절감하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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