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명기 칼럼
아들 녀석이 다니는 학교에서 듀크 대학의 입학 처장을 초빙해 대학 입학에 관한 강연회를 했다. 평일 오후인데도 많은 학부모들이 참석해 이삼백명은 족히 들어갈 강당이 거의 찻고, 여기 저기 재학생들의 모습도 눈에 띤다. 강연을 시작하기전 강사가 참석자의 구성 인원을 점검한다. 3분의 2 가량이 주니어 학부모들이고, 고등 학교 1, 2학년의 부모들도 손을 들어 조숙한 열정을 보여 준다. 의외로 시니어 부모와 학생들도 몇몇 참석했는데, 아마도 듀크에 지원한 학생들이라 짐작된다. 시종일관 진지한 수강 태도와 수준 높은 질문에서 한국이나 미국이나 학부모들의 대학 입학에 대한 열의는 참 대단하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주의 사항과 함께 강의를 시작한다.
“제가 여기에서 하는 말을 전체의 문맥 속에서가 아니고, 어떤 특정한 구절만 쏙 끄집어내서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항간에 어느 대학의 권위있는 누가 이러더라, 그건 그렇지 않다더라 등등의 카더라 통신이 많은 선량한 지원자들의 마음에 혼란을 주기 때문이란다. 필자 자신이 대입 카운슬러로서 오랫동안 자주 겪은 일이라 실감이 난다. 부모님들이나 학생들과 상담을 하다보면, 누가 그러는데, “SAT 시험 점수는 치른 횟수만큼을 평균으로 산정해 반영한다는데요? “”AP 시험을 몇개 이상 안 보면 그 대학은 가능성이 없다는데요” 등등이다. 상황에 따라 맞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일반적으로 잘못된 정보일 경우가 많다. 내가 쓰는 이 칼럼도 강사의 입장에서 보면 아전인수격의 글이 될지도 모른다. 지원 대학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가져야 할 기본 자세부터 시작한다. 본인이 지원하는 대학이 능력에 맞고(Comfortable), 동시에 도전이 되는 (Challenging) 대학 몇군데만 지원하면 좋겠다는 이야기였다 (요즘은 보통 10여군데 이상씩 지원하는 경향임). 많은 사람들이 지원자의 능력이나 스펙과는 전혀 동떨어진 그렇지만 꼭 갔으면 꿈꾸는 대학 한두군데, 적당하게 들어맞는 대학 몇군데, 입학이 거의 보장되는 것으로 생각되는 대학 몇군데를 지원하라고 조언하는데, 강사의 말은 사실 대부분의 경우에 자신에게 적당한 대학에서 입학 허가를 받을 가능성이 제일 크기에 너무 동떨어진 대학을 지원하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에 의미가 별로 없다는 것이었다.
또한, 지나치게 안전한 대학에서 합격을 받기만하고 그 대학에 입학하지 않는 경우도 시간 낭비라는 지적이었다. 물론 생각하고 대비할 많은 다른 변수들이 있긴하지만 생각해 볼만한 점이다. 듀크처럼 포괄적 사정 방식(성적, 활동, 경제 사정, 특기 등등 모든 요소를 사정에 사용하는 방식으로 학교 성적과 SAT 성적등만을 학생 선발의 지표로 사용하는 것과 다른 방식)을 적용하는 대학의 입학 사정관들은 기본적으로 같은 목적에서 입학 사정을 한다. 즉, 대학측이 해당 연도에 구체적으로 필요한 학생들을 선발한다. 당해 연도에 듀크의 꽃이라 불리는 생명공학과와 해양 생물 학과를 확장시킬 계획을 해당 학과로부터 통보받으면, 그 학과에 맞는 적성과 능력을 갖는 학생을, 오케스트라의 튜바 주자가 필요한 경우에 그러한 특기를 갖춘 학생을 우선적으로 선발하는 방식이다. 대학 지원에 있어 리서치가 필요함을 말해 준다.
세목에 들어가서, 다른 명문 대학들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게, 듀크 역시 입학 사정에서 여섯 항목을 심사한다: 고교 수강 과목의 난이도, 학과 성적, SAT/ACT성적, 추천서와 인터뷰, 과외 활동 경력, 에세이. 이 여섯 항목은 기본적으로 배점이 균등하며, 인터뷰 결과가 이 대학에서는 가장 나중에 (또는 가장 비중이 작게) 보는 항목이란다. 이를 통해 학문적으로 탁월한 학생들이 최우선적으로 선발되는데 (이 지원자들은 다른 분야도 상대적으로 우수) 이러한 학생들의 비율은 3만명의 지원자 중애서 대략 5백명 정도라 한다. 나머지는 성적등의 학구적인 면은 적당히 강하지만, 어떤 특정한 면에서 다른 지원자들과는 현저히 달라 입학할 경우에 다른 동료 학생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학생을 선발한다고 한다.
이 의미는 요즘의 입학 사정에서 각 분야에 두루 우수한 학생보다는 (Well-rounded) 어떤 특정한 분야에 특히 우수한 학생을 (Angular) 선발하려고 노력하는 경향을 말해 준다. 하지만, 사정관의 입장에서 이 후자의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아 고민이라는 지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아이의 어떤 점을 키워줘야 할 지에 해답을 줄 수도 있는 지적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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