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명기 칼럼
미국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제출하는 원서를 작성할 때 맞닥뜨리는 질문들 중에는 생각하기에 따라 벼라별 황당한 (?) 것들이 많다. 지원자의 소셜 번호나 성별, 이메일 주소를 묻는 것은 그렇다 손치더라도, 지원자의 인종을 묻는 항목에서 '인종에 따라 어떤 차별이 있을 지'를 걱정하게 되는 가하면, 지원자의 부모님이나 가족이 지원하는 해당 대학 출신인지를 묻는 것에서는 '흠!, 이런 항목이 바로 legacy (지원자의 인척이 해당 대학 출신인 경우 입학 사정에서 가산점을 주는 제도) 때문이구먼'하며 '이건 좀 공정한 처사는 아닌 것 같애' 불평을 하시게도 된다. 게다가, 부모님의 학력을 묻는 항목에 이르러서는 뭐 이런 것이 대학에서 꼭 알아야 될 사항일까라는 의문이 들고, '아니 내가 대학을 안가서 우리 아이에게 불이익을 주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시게도 된다.
위에서 언급된 사항들에서 지원자 부모님의 학력이 자녀의 대학 입학 사정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사항과legacy 제도, 즉 해당 대학에 부모나 조부모, 또는 형제 자매가 재학했거나 하고 있다는 사항이 합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설명은 지난 두 주 동안 자세히 소개해 드렸고, 오늘은 인종이 대학 입학 사정에서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하기로 한다. 초기에는 미국 대학의 입학 사정에서 합격을 결정하는 거의 유일한 요소는 학력이었다. 그러나 1900년대의 초반에 성적이 뛰어난 유태계 학생들의 숫자가 급격히 늘어나자 아이비 리그 대학을 포함하는 미국의 주류 대학들에서 학력 이외의 사항들을 입학 사정에 사용함으로서, 유태계의 명문대 진출을 억제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었고, 이 결과로 사립대 입학 사정에서 종합 사정 (holistic or comprehensive review)의 전통이 시작되었다.
즉, 입학 사정에서 숫자로 비교할 수 있는 학력이나 시험 점수 이외에 리더쉽 능력이나 용모, 자질과 같은 쉽사리 계량할 수 없는 요소들을 점수화할 수 있도록 함으로서 사정을 하는 주체들의 주관적인 의도가 합격을 결정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고, 미국 사립 대학의 입학 사정에서는 이 전통이 아직도 맥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공립 대학의 입학 사정에서도 저소득층 출신이나 사회적으로 혜택받지 못한 가정 출신의 지원자들에게 대학 입학에서 혜택을 주기 위해 대입 사정에서 지원자 부모님의 학력을 고려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수계 인종 출신의 지원자에게도 혜택을 주는 것이 사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도구라는 사회적 동의가 있어왔다. 이러한 공감대의 결과로서 20세기 중반부터 1990년 중반까지는 주립 대학들이 입학 사정에서 인종을 고려하는 것이 합법적이라는 affirmative action이 대학의 합격자 사정에서 사용되어 왔었다.
그러나 이러한 법안의 적용이 오히려 백인등을 포함하는 나머지 인종 학생들의 입학 기회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법안들이 1996년 캘리포니아 주에서 통과되고 워싱턴 주에서는 동일한 법안이 1996년에, 이어서 다른 주들에서 유사한 법안들이 통과되면서, 입학 사정에서 소수 인종을 배려하는 affirmative action을 적용하는 것이 불법으로 되었다. 이러한 경향으로 히스패닉이나 흑인등을 포함하는 소수계 인종 지원자들의 대입 문호가 급격히 줄어들자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 미시간 주립 대학, 그리고 워싱턴 주립 대학과 같은 명문 주립 대학들이 사립 대학들이 전통적으로 사용해 온 종합적 사정 방식을 채택하게 되었고, 현행의 주립대 입학 사정의 주된 틀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 아시아계, 특히 한인 지원자들은 이러한 소수 인종을 배려하는 입학 사정 방식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아시안계 학생들의 학력이 뛰어나 인종의 숫자로는 소수계임에 분명하지만, 이러한 방식의 혜택이 없이도 이미 많은 명문 대학에 진출한 아시아계 학생의 숫자가 인구수에 대비해 훨씬 많은 숫자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과 어떤 학생들은 지원서에서 묻는 인종난에 자신이 아시아계임을 밝히지 않은 경우도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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