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명기 칼럼
미국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제출하는 원서를 작성할 때 맞닥뜨리는 질문들 중에는 생각하기에 따라 벼라별 황당한 (?) 것들이 많다. 지원자의 소셜 번호나 성별, 이메일 주소를 묻는 것은 그렇다 손치더라도, 지원자의 인종을 묻는 항목에서 '인종에 따라 어떤 차별이 있을 지'를 걱정하게 되는 가하면, 지원자의 부모님이나 가족이 지원하는 해당 대학 출신인지를 묻는 것에서는 '흠!, 이런 항목이 바로 legacy (지원자의 인척이 해당 대학 출신인 경우 입학 사정에서 가산점을 주는 제도) 때문이구먼'하며 '이건 좀 공정한 처사는 아닌 것 같애' 불평을 하시게도 된다. 게다가, 부모님의 학력을 묻는 항목에 이르러서는 뭐 이런 것이 대학에서 꼭 알아야 될 사항일까라는 의문이 들고, '아니 내가 대학을 안가서 우리 아이에게 불이익을 주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시게도 된다.
위에서 언급된 사항들에서 지원자 부모님의 학력이 자녀의 대학 입학 사정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사항을 지난주에 소개해 드렸고, 이번 주에는, legacy 제도, 즉 해당 대학에 부모나 조부모, 또는 형제 자매가 재학했거나 하고 있다는 사항이 합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설명을 드리기로 한다. 2년전 발표된 하버드 교육 대학원의 한 졸업 논문에 의하면, 이 레가시 제도가 명문대 입학에 미치는 영향이 이전에 생각되어 오던 것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 밝혀진 바 있다. 저자인 마이클 허위츠가 합격율이 10 퍼센트 주변의 30여 학교를 대상으로 행한 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이 경쟁율이 치열한 명문 대학들에 지원한 졸업생 자녀들의 합격 가능성은 다른 조건이 같다고 볼 때, 평균적으로 보통 지원자보다 23 퍼센트 높은 합격율을 보였다고 하니 상당한 이점이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연구 결과가 남다른 것은 이전의 연구에서는 다루지 않은 사항, 즉 레가시 가운데서도 레가시의 종류에 따른 차별이 있는 지의 여부를 다루었다는 점에 있는데, 허위츠의 논문에 따르면, 부모님 중의 한 쪽이나 또는 양자가 해당 대학의 학부 졸업생일 경우가 다른 경우들 --조부모나 형제 자매 또는 먼친척, 또는 학부가 아닌 대학원 졸업자 등등--과 비교해 상당히 큰 차이의 영향력을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가령, 어떤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의 부모가 동 대학의 학부를 졸업했다면, 다른 보통 학생들에 비해 합격 가능성이 45퍼센트 이상 증가하는 반면, 이 레가시 지원자의 친척이나 형제가 동 대학의 학부를 나온 경우, 또는 동 대학의 대학원을 나온 경우에는 보통 지원자들에 비해 13 퍼센트 정도만의 이점을 보인다고 한다. 이러한 이점은 가진 자에게 떡 하나를 더 주는 격이니, 빈익빈 부익부를 초래하는 제도임에 분명하다. 좋은 학교 나온 부모의 자식이 좋은 학교에 가도록 특혜를 주는 제도이니 부모가 그런 학교를 못 나온 아이들이 차별을 받는 격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 제도의 불합리성에 대해 많은 교육 전문가들이 비난을 함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가 사라질 수 없는 이유는 자명하다. 먼저, 졸업생과 그 가족을 우대하는 이유는 졸업생들로부터 받는 후원금이 많은 사립 대학들의 젖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러한 제도는 애교심을 유발시키고 동문간의 유대 관계를 증진시키니 학교의 입장에서는 폐지하고 싶지 않음은 불문가지이다. 이러한 제도를 통해 미국 사회의 명문가들이 명문대를 통해 형성되고, 이 명문대들은 명문가 자제들의 교류의 장이 되니 돈들여 학교 광고할 일이 무엇이랴? 이 제도는 대학마다 다르게 적용되는데, 예일 대학의 경우는 졸업생 자녀들을 타 대학들에 비해 많이 우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음에 반해, 같은 아이비 리그 대학 중의 하나인 다트머스의 경우는 레가시 지원자에게 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한편, 스탠포드의 입학 처장인 리챠드 쇼에 의하면, 스탠포드 대학에 지원해서 합격한 한 레가시 학생들의 경우는 타 학생들에 비해 학교 성적이나 시험 성적 또는 어려운 과목을 수강한 정도 등이 우수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레가시로 어떤 대학에 지원할 경우, 유덥의 Alumni Association Scholarship처럼 동문 우대 장학금을 수여하는 대학들이 상당수 있으니 이 역시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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