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민명기 칼럼



         “Has there been a time when you’ve had a long-cherished or accepted belief challenged? How did you respond? How did the challenge affect your beliefs? (자신이 오랫동안 귀중하게 생각했던 신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까? 당신은 어떻게 반응을 했고, 그 도전은 당신의 신념에 어떤 영향을 주었습니까?),” 또는 “Reflect on a time when you questioned or challenged a belief or idea. What prompted your thinking? What was the outcome? (당신이 어떤 기존의 신념이나 생각에 의문을 품거나 도전해 본 적이 있다면, 그 때를 한 번 돌아 보시지요. 무엇이 그러도록 만들었나요? 그 결과는 어땠나요?)

 

     대입 에세이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라면 익히 잘 아는 에세이 제목들이다. 처음 것은 유덥을 비롯한 백여 군데의 명문 대학들이 사용하는 공통 원서인 Coalition application의 5가지 제목에서 뽑은 것임에 반해, 둘째 것은 원조, 대세 공통 원서인 Common application의 제목 중 하나이다. 보시다시피, 거의 대동소이하다. 미국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 지를 잘 보여 주는 단면이라 하겠다.

 

     요즘 고국 대한민국이나,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의 정치판은 아무리 좋게 말해도 개판이다. 한국에서는 보수/진보, 반일/친일, 친북/반북 그룹 등의 이분법적인 편싸움이 한창이고, 미국에서는 인종과 이민자 문제 등 사사건건 대통령의 험담과 민주당의 반응이 저급한 코미디를 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게 한다.

 

     작년 이맘 때, 속초의 신흥사 조실이신 오현 스님이 입적하셨다. 불교에 대해 잘 모르는 필자에게 이 스님을 기억하게 해 주는 생전의 말씀이 한구절 있다: 불교가 어렵다는 한 기자의 말에, 스님께서 주신 말씀, “부처님 법문은 우리 속담에 다 있어. 내가 보기에 팔만 대장경을 몇 마디로 요약하면 ‘남의 눈에서 눈물 나게 하지 마라’ ‘사람 차별하지 마라’ 이거 아니겠나. 얼마나 훌륭한 말이야. 이렇게 살면 세상 잘 돌아간다. 경전 밤낮 달달 외워서 얻어 지는 게 깨달음이라면 천지에 깨달은 자들이야. 그럼 세상이 이 꼴이겠나?”

 

     이 말을 들으며, ‘성경 매일 달달 줄쳐 가며 읽고 시간날 때마다 기도하는 교회의 지도자들이 성경 말씀 중의 한 구절인 “오직 사랑으로 서로 종 노릇하라 (serve one another humbly in love)”를 반이라도 ‘실천’하다면 세상이 참 살만한 곳이 될텐데 하는 자책감이 든다.

 

    대입 에세이가 말이 난 김에, 유덥이 작년과 조금 달리 정해 발표한 올 해의 입학 에세이 제목을 소개한다:

     작년에는 위에 언급한 공통 원서의 주제 다섯 가지 중 어느 것을 골라도 무방했으나 올 해 2019-20년 입시에는 이 공통 원서의 첫번째 제목인 “Tell a story from your life, describing an experience that either demonstrates your character or helped to shape it. (당신의 사람됨을 나타내거나 그것을 형성하는데 기여한 경험을 중심으로 당신 인생 속의 한 이야기를 써 보시요.)”만을 골라 써야 한다. 이 제목을 가지고, 유덥은 300-400, 길어도500 단어 미만을 요구하니 비교적 짧은 에세이를 원한다고 할 수 있다.

 

     이것에 더해, 유덥은 공통 원서에서 각 대학의 "보충 원서"에 해당하는 조금 짧은 에세이 한 편을 다음과 같이 추가로 요구하며,  300 단어 이내로 쓰도록 지시하고 있다:

Our families and communities often define us and our individual worlds.  Community might refer to your cultural group, extended family, religious group, neighborhood or school, sports team or club, co-workers, etc.  Describe the world you come from and how you, as a product of it, might add to the diversity of the University of Washington (우리가 속한 가족이나 커뮤니티는 종종 우리 자신이나 우리  개인의 테두리를 정해 주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서 커뮤니티란 당신의 문화적 동아리나 대가족, 종교 그룹, 이웃이나 학교, 스포츠 팀, 클럽이나 동료 등등을 말한다. 당신이 속한 세계에 대해 말해 보라, 또한 그러한 세상의 배경을 가진 당신이 어떻게 다양한 학생들이 모인 유덥 사회에 기여할 것인지에 대해 말해 보시요).”

 

    자. 고삼 학생들이여! 정치하시는 분들의 편협한 관점에 도전해, 이분법의 대립에서 벗어나 모든 인간을 살펴 대우하는 조율사의 지혜를 고민하는 성숙한 여름을 보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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