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민명기 칼럼



     요즘은 초, 중, 고, 대학 등 모든 교육 기관들이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그래서 심각하게 대비해 놓지 않은 많은 문제들에 직면해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갑자기 준비없이 시작해 기술적인 문제로 버벅거리는 온라인 수업. 사인인만 하고 보이지 않는 화면 밖에서는 딴짓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니 집중도가 떨어지는 하루 달랑 두시간의 공부. 선생님들이 직접 지도할 수 없는 관계로 가정 환경 좋은 아이들은 많은 시간을 투자해 공부에 집중하고, 공부에 재미를 못 붙이는 아이들은 공부에 전혀 관심을 안 갖게 되어 공부에서 부익부 빈익빈의 상태의 심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기 힘든 시험의 취소 등등. 이러한 현상들로 인해 일어나는 변화들에 어떻게 적응하느냐의 문제가 우리네 학생들이나 부모님들을 정말 곤한 잠에 빠지기 힘든 시간 속으로 몰아 내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는 예전에는 별로 생각지 않던 새로운 현상들이 생겨나 새로운 정상들로 (new normal) 자리를 잡는다. 필자도 외국인 유학생 선발 리크루터로 일하고 있는 시애틀 다운타운의 사립 학교인 Northwest 고교가 담당자들에게 보낸 이메일 중에 현 세태를 극명하게 반영하는 내용이 있다. 이 학교는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가 구비되어 있을 정도로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공을 들이는 학교로 예전에는 한국으로부터 온 학생들도 많이 있었으나 근래에는 유학생 중에는 중국 학생들이 제일 많이 재학하고 있는 학교이다. 교장 선생의 명의로 된 이메일의 내용을 간추려 보면,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로 인해 미국의 학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시도하는 새로운 현상들을 잘 보여 준다. 먼저, 외국 출신 유학생들에게 입학 전형료를 면제하며, 연이은 입학 시험의 취소로 사립 학교 입학 자격 시험인 SSAT/ISEE를 필수로 요구하지 않는다. 또한, 지금껏 유학생들의 영어 능력 평가를 위해 사용되었던, TOEFL/IELTS 대신 Duolingo English Test 성적을 제출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이 마지막 변화의 주된 요인은 이 새로운 시험이 응시료면에서 기존 시험들의 4분의 1 수준인데다, 시험을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서 볼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들을 가장 심각하게 감내하고 있는 학생들은 바로 현재 고등 학교의 11학년, 즉 주니어 학생들이며, 이들을 위한 시리즈를 지난 주부터 진행하고 있다. 열심히 준비해 온 SAT/ACT 시험이 취소되니 맥이 빠지고, 마지막 남은 성적 향상 기간인 11학년 2학기를 성적없이 마쳐야 하는 상실감은 우리네 국외자의 입장으로는 그 깊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나 현실을 직시하고 이 상황하에서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해 시간을 안배하고 집중하면 이 어려운 불확실성의 시간도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지금부터 할 수 있는 또는 남아 있는 일들을 알아 보자. 대학의 입학 사정에서 사용되는 요소들을 살펴 보면 그 답이 나온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교 성적과 수강 과목의 도전성이다. 이미 11학년 2학기는 합격/불합격으로 성적을 대치하는 것으로 결정이 난 학교들이 많은 것으로 볼 때, 이제 남은 것은 12학년 첫 학기 성적이 문제이다. 물론 이 성적은 내년 1월말 경에나 결과가 나오니 많은 경우에는 –특히 조기 전형에 지원하는 경우에는—소용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성적 중에서 아주 저조한 성적이 있고, 벨뷰 교육구처럼 해당 교육구가 낮은 성적을 온라인 수업을 들어 받은 더 나은 성적으로 대체해 주는 정책을 사용하는 경우라면, 이러한 시기를 잘 활용해 이 성적을 바꿔 성적을 높이는 방법도 좋은 선택일 수가 있다. 또한 학과의 도전성을 높이기 위한 면에서는, 오는 5월 둘째 주부터 시행되는 AP 시험 준비에 최선을 다해 대학 수준의 과목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보이면, 해당 학생이 대학 수업에 대한 준비가 되었다는 것에 지표로 사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입학 사정에서 사용하는 다른 중요한 지표는 ACT/SAT와 같은 학력 고사 성적이다. 이미 유덥과 같은 학교들은 이 시험 성적들을 필수적인 조건으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하지만 자세한 설명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으니 일단은 다른 많은 학교들이 사용해 온 ‘표준 시험 선택 정책’을, 즉 시험 점수를 제출하면 고려하고, 제출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불이익을 주지 않는, 사용하는 것으로 본다. 이 경우에, 이미 시험을 본 학생들이 유리한 국면을 맞을 것이라는 것도 틀리지 않은 가정이다. 또한, 이 시험을 출제하고 시행하는 기관들에 따르면, 가을부터는 학생들이 집이나 편리한 장소에서 혼자 시험을 볼 수 있는 방식을 개발하고 있다니 그 귀추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미 TOEFL이나 GRE 시험의 경우, 컴퓨터를 사용해 개인적으로 치르는 시험을 시행하고 있으니 그리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예를 들어, 토플이나 위에서 언급한 Duolingo 시험의 경우, 컴퓨터에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시험을 보는 동안 수험생의 일거수 일투족을 멀리 떨어져 있는 시험관이 감시하는 형태의 시험이니, 아마도 그와 비슷한 형태의 시험이 될 것으로 추측된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이 떠올려져 섬뜩한 세상이 현실로 다가올 수도 있다.

 

     또 다른 입학 사정에서 사용되는 중요한 요소는 대입 에세이다. 특별히 올 해의 에세이를 작성할 때 신경 써야 할 점은 수험생이 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로 인해 생겨난 모든 변화들 속에서 어떤 것을 경험하고 무엇을 느꼈으며, 행동으로 보였는 지가 중요한 에세이의 모티브가 될 것이라는 점인데, 다음주에 좀 더 살펴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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