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명기 칼럼
한 동안 우리 모두의 머릿속을 하얗게 만들던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이 채 지나가기도 전에, 미네소타발 인종 차별이라는 흑백 갈등의 문제가 핵폭탄이 되어 미 전역을 강타하고 있다. 잘 아시는 것처럼, 미니애폴리스의 한 식품점에서 위조 지폐로 담배를 사던 조지 플로이드라는 흑인 피의자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백인 경찰의 과잉 대응으로 이 사람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문제는 만약에 이 피의자가 백인이었다면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정에 기인한다. 인종 차별의 긴 역사를 뒤돌아 볼 때, 거의 확실하게 흑인이었기 때문에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은 거의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많은 미국인들이 침울한 표정을 짓는다.
죽임을 당할 만큼 큰 죄를 짓지는 않은 사람이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당한 인종 차별의 결과로 죽은 이를 추모하고, 불의한 공권력의 행사에 항거하며, 이러한 일이 다시는 일어 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자는 움직임이 요 며칠 새 전국을 휩쓰는 데모대의 구호이다. 좋은 일이고 바람직한 일이며, 같은 소수 인종인 우리 한인 동포들도 참여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항거와 개선 요구의 행진에 끼어드는 불순 분자들의 책동이다. 그렇지 않아도 바이러스의 공격으로 쉼쉬기 조차 힘든, 애꿎은 비지니스들의 창문을 깨트리고 들어가 물건들을 약탈하고 길가에 세워진 자동차에 화염병으로 불을 지르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 던지 간에 합리화 될 수가 없는 일들이다.
이러한 약탈과 방화가 걷잡을 수 없이 격화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이 군인들을 투입할 수도 있다고 대모대들을 협박하기 시작했다. 폭도들만을 꼭 집어 강력하게 경고를 하는 반면, 선량한 대모대에게는 “좋은 항의는 당연히 해야하는 것이니 마음 놓고 하되 약탈과 방화를 서로 방지하자”며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서로 사랑하며 격려하자는 메세지를 전달하고 인종 차별을 철폐하려는 노력에 힘을 합치자는 호소보다는 날뛰면 잡아 가두겠다는 욱박지름은 이 사태의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것을 공표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보며, 대통령이 요즘 그렇게도 비난하는 중국의 시진핑 정부가 홍콩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과 조금도 다름이 없다는 생각에 미친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정말 아이러니컬하게도, 같은 일을 저지르는 타국을 나무라는 광경이 ‘뭐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는 우리 속담이 떠 올라 실소가 나왔다.
지난 5월 24일 홍콩의 시민 수 천명은 거리로 몰려 나와 시위를 했고, 홍콩 경찰은 이들을 무자비하게 다뤘다. 이 시위를 촉발시킨 것은 얼마전 중국의 전국인민 대표회의가 홍콩 관련 국가 안전 보장법을 제정했기 때문이다. 이 법은 홍콩에서 반역, 분리 독립, 폭동과 전복 활동을 금지하는 것으로 사실상 홍콩 시민의 의사 표현의 자유를 구속하는 법안이다. 본 칼럼이 정치적 부당성을 논하는 자리는 아니지만, 이 홍콩 시민들의 시위 중에 어린 두 학생이 메고 가는 백팩의 뒤에 써 붙인 구호에 마음이 쓰여 여기 소개한다. 하나는 “도와 줘요! 나의 자유는 어디에 있나요?”라는 구호가 초등 학생 동생의 등 뒤에 매달려 있었다. 고등 학생쯤 돼 보이는 형처럼 보이는 덩치 큰 아이의 등짝에 맨 책가방 뒤에는 “옥처럼 부서질 지언정 안 깨진 기왓장이 되진 않으리”라는 의미심장한 문구가 한자로 쓰여 있다. 아마도 지난 칼럼에서 소개한 붉은 알약 (red pill)을 먹는 것처럼, 현실이 힘들더라도 그것을 피하기 보다는 맞서 싸워 고쳐 나가겠다는 다짐이 아닐까 생각된다. 우리 어른들이, 나아가 리더들이 배워야 할 태도가 아니겠는가?
이쯤 써 내려 가다 보니, 교육에 관한 중요한 문제 하나가 생각난다. 필자도 회원으로 일하는 전미 대입 카운슬러 협회가 매년 동 협회의 웹 사이트(https://www.nacacnet.org/news--publications/Research/CollegeOpenings/)에 장을 제공해 모아 둔 ‘아직도 입학 원서를 받는 대학들’ 중에서 워싱턴 중 학교들의 리스트를 소개하니 아직 대학이 정해지지 않은 학생이나 부모님들은 확인하시고 지원하시기 바란다. 아래의 대학들은 6월 3일 현재 신입생과 편입생의 원서를 접수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재정 보조와 기숙사의 방도 가용하다고 한다: 주립 대학: Central Washington Univ., Eastern Washington Univ., University of Washington-Bothell, Washington State Univ., Western Washington Univ. 사립 대학: Gonzaga, Pacific Lutheran, St. Martin’s, Seattle Pacific, Seattle Univ., Whitman College, Whitworth College (www.ewaybellevu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