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명기 칼럼
지난 주말 내내 미국내 각 명문 사립 대학들의 신입생 선발에서 합격자로 선발된 학생들의 이야기가 각종 언론 매체를 달구었다. 그 중 뉴욕 주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이 8개 아이비 리그 대학 모두에 합격한 뉴스가 단연 화제를 모았다. 보통 "하버드와 프린스턴은 됐는데, 예일에는 대기자도 아니고 불합격이네요." 라든지, "MIT와 스탠포드에는 합격했는데, 하버드에서는 대기자 명단에 올랐어요" 등의 이야기는 흔하지만, 8개 모두의 아이비 리그 대학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콜럼비아, 유펜, 다트머스, 브라운, 코넬)과, 그것도 모자라 듀크 대학과 3개의 뉴욕 주립대 등에서 모두 합격증을 받았다는 것은 아주 드문 일임에 분명하다.
어떤 기사에 의하면, 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할 정도이다. 더구나, 보통의 경우 학교마다 다른 종류의 학생들을 더 좋아한다거나, 특정해에 특정의 과외 활동을 하는 지원자를 선호한다거나 하는 문제를 생각하면 아주 특이한 일이다. 여기에 더해, 모든 아이비 리그 대학 전체에 원서를 내는 지원자의 경우도 아주 드무니 실력은 말할 것도 없고 운도 좋은 학생임에 틀림없다. 화제의 주인공은1980년대 말에 아프리카의 가나에서 이민 온 이민자 부모의 자녀로 뉴욕의 롱 아일랜드 지역의 공립 학교인 윌리암 플로이드 고교에 재학 중인 크와시 에닌이라는 아프리카계 미국 학생이다. 에닌은 이 고교 647명의 시니어 중에서 학년 석차가 11 등인 학생으로 SAT 점수는 2,400점 만점에 2,250점(전체의 상위 2%, 흑인 학생 중에는 상위 1%에 속하는 성적)을 얻었고, 졸업전까지 11 과목의 AP 수업을 마칠 것이라고 한다. 학교의 아카펠라 그룹에서 노래를 하며, 바이올린 연주가 수준급인데다, 근처 병원의 방사선과에서 자원 봉사를 했고, 학교 행사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다재다능하고 겸손한 학생이라는 고교 교장 선생님의 평가이다.
자녀가 또는 지인의 자녀가 올 해 입시에서 우수한 성적과 특출한 과외 활동에도 불구하고 이런 학교들 중에 한 학교에도 합격하지 못한 경우를 떠올리시며 이러한 유례가 드문 성공의 이유가 무엇일까 긍금하시리라. 특히, 에닌이 재학중인 고교는 US News & World Report가 발표하는 미국 우수 고교 랭킹에도 들지 못한 학교이며, 이 고교에서도 최우수 졸업생이 아니라는 것에 생각이 미치면 (아마도 부러움에서 나오는) 의아함을 품으실 수도 있다. 이해하기 쉽게, 우리 지역의 벨뷰 고교의 학생들과 비교해 보면 그 의아함이 정당할 수도 있을 정도이다. 위의 랭킹에서 전국 125위를 차지한 벨뷰 고교에서 최상위권의 학생들 조차도 에닌이 합격한 학교의 수와 질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에닌이 다니는 이 뉴욕 고교는 재학생의18% 정도가 AP 시험을 치름에 반해, 벨뷰 고교는 89%가 AP 시험을 치뤘다. 에닌이 시니어말에 AP 11과목 수강을 마친다는 장점을 다른 우수 학생들고 비교할면, 전국에는 고교 주니어 때 이미 AP 열 과목 정도를 이수하고 시험 성적이 뛰어나National AP Scholar가 되는 학생들의 숫자가 거의 3천명에 가깝다. 물론, 이런 유의 비교를 통해 각 학교의 우수성과 개인의 학력을 평가할 수는 없지만, 에닌이 유례없이 특출한 학생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러면, 다른 지원자와는 다른 에닌의 장점은 무엇일까? 언론 매체에 밝혀진 것들만을 두고 판단한 필자의 생각으로는 에닌의 학교 성적이나 힉년 석차, 그리고 시험 성적은 아이비 리그 대학에 모두 합격할 정도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도 않으며, 이런 수준의 학교에 지원하는 다른 지원자들과 비교해 보통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과외 활동 역시, 알려진 사항들만을 보면, 다른 지원자들에 비해 탁월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에닌이 모든 대학에서 탁월하게 평가된 점은 무엇일까? 미국 대학의 종합적 사정 방식을 고려할 때, 위에 살펴 본 학력과 과외 활동 이외에 입학 사정에서 중요시되는 나머지 요소들은 지원자 개인의 특성및 자질, 에세이, 추천서, 소수 인종인지의 여부, 그리고 부모님의 학력 등일 것이다. 이중 마지막 사항은 에닌의 양 부모님이 간호사임을 볼 때, 지원자가 해당 가정에서 대학에 진학하는 첫 학생일 경우 주어지는 이점은 고려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많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라는 인종적인 점이 고려되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을 것이지만, 추천서나 에세이 역시 아주 우수했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짐작된다. 즉, 미 대학의 입학 사정에서 중요시되는 요소중의 하나인 개인적 특성의 요소, 다시말해 교장 선생님이 지적한 겸손하고 열정적인 학생이라는 점이 사정관들에게 크게 어필했을 수도 있다.
어떤 점이 다른 우수한 학생들과 구별되어 공통적으로 모든 지원 대학 입학 사정관들의 마음을 동시에 사로잡은 결정적 요소인지는 분명히 알 수는 없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에닌이 공부와 과외활동으로 고교 4년의 과정을 열정적이고 겸손하게 채웠고, 이민자 가정에서 자라며 역경을 극복한 특별한 경험을 지원 원서 속에 충실하게 담아냈을 것이라는 사실을 생각할 때 우리 이민자 자녀들의 교육에 적용할 수 있는 좋은 교훈을 볼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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