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명기 칼럼
좀 때 늦은 복기이기는 하지만, 지난 11월 5일에 치뤄진 선거에서 우리 한인 동포들에게 두가지 중요한 이슈가 있었다. 하나는 시애틀 항만청의 커미셔너 직에 도전한 한인계 젊은이 샘 조가 백인 현직 후보를 훌쩍 넘어 당선되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소수계 우대 정책인 affirmative action을 부활하기로 결정한 워싱턴 주 의회의 법안인 I-1000을 반대하는 주민 청원(Referendum)인 R-88이 50.54:49.46간발의 차로 통과되었다는 사실이다.
이 주민 청원을 상정한 중국계 그룹 LPV(Let People Vote)의 공동 대표인 린다 양은 “아시아계 인구는 워싱턴주 전체 주민의 8.11%를 차지하지만 UW 아시아계 학생 입학률은 27.3%에 달하는데, …, 만약 소수계 우대 정책이 다시 도입된다면 UW 입학 사정관들은 아시아계 학생들의 입학률을 아시아계 주민 비율로 하향 조정하게 되고 정부는 다양성이라는 명목으로 차별을 하게 될 것”이라는 논리를 편 바 있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미국 대학들의 입학 사정에 인종 문제가 어떻게 영향을 미쳐왔는지를 역사적인 맥락에서 살펴 보자. 초기에는 미국 대학의 입학 사정에서 합격을 결정하는 거의 유일한 요소는 학력이었다. 그러나 1900년대의 초반에 성적이 뛰어난 유태계 학생들의 숫자가 급격히 늘어나자 아이비 리그 대학을 포함하는 미국의 주류 대학들에서 학력 이외의 사항들을 입학 사정에 사용함으로서, 유태계의 명문대 진출을 억제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었고, 이 결과로 사립대 입학 사정에서 종합 사정 (holistic or comprehensive review)의 전통이 시작되었다. 즉, 입학 사정에서 숫자로 비교할 수 있는 학력이나 시험 점수 이외에 리더십 능력이나 용모, 자질과 같은 쉽사리 계량할 수 없는 요소들을 점수화할 수 있도록 함으로서 사정을 하는 주체들의 주관적인 의도가 합격을 결정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고, 미국 사립 대학의 입학 사정에서는 이 전통이 아직도 맥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공립 대학의 입학 사정에서도 저소득층 출신이나 사회적으로 혜택받지 못한 가정 출신의 지원자들에게 대학 입학에서 혜택을 주기 위해 대입 사정에서 지원자 부모님의 학력을 고려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수계 인종 출신의 지원자에게도 혜택을 주는 것이 사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도구라는 사회적 동의가 있어왔다. 이러한 공감대의 결과로서 20세기 중반부터 1990년 중반까지는 주립 대학들이 입학 사정에서 인종을 고려하는 것이 합법적이라는 affirmative action이 대학의 합격자 사정에서 사용되어 왔었다. 그러나 이러한 법안의 적용이 오히려 백인등을 포함하는 나머지 인종 학생들의 입학 기회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법안들이 1996년 캘리포니아 주에서 통과되고 워싱턴 주에서는 동일한 법안이 1998년에, 이어서 다른 주들에서 유사한 법안들이 통과되면서, 입학 사정에서 소수 인종을 배려하는 affirmative action을 적용하는 것이 불법으로 되었다.
이러한 경향으로 히스패닉이나 흑인 등을 포함하는 소수계 인종 지원자들의 대입 문호가 급격히 줄어들자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 미시간 주립 대학, 그리고 워싱턴 주립 대학과 같은 명문 주립 대학들이 사립 대학들이 전통적으로 사용해 온 종합적 사정 방식을 채택하게 되었고, 현행의 주립대 입학 사정의 주된 틀이 되었다.
특히, 2016년 6월 23일에 연방 대법원은 미국의 대학 교육과 관련된 아주 중요한 결정을 했다. 지난 2008년에 아비게일 피셔라는 여학생이 텍사스 주립 대학을 지원했는데, 자신이 백인이라는 이유로 불합격이 되었다며 텍사스 대학을 상대로 불합격을 취소하라는 소를 제기했다. 고등학교의 석차가 상위 12% 안에 들고, 고교 평균 성적이 3.59, SAT 성적이 1180 (동 대학의 합격자 평균인 1250에 못미치는)을 받았는데, 다른 소수계 인종의 학생들에 비해 우수함에도 백인이기에 불합격되었다며 재판을 청구한 것이다. 2013년에 대법원은 하급법원이 텍사스 대학의 인종에 근거한 합격자 결정이 적법하다고 판정한 것은 옳지 않다고 7대1로 그 안을 다시 항소법원으로 돌려 보내 텍사스 대학을 비롯한 명문 주립 대학들의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에 기반한 합격자 선발 제도에 제동을 건 바 있다. 그러나, 2016년 대법원 합의부는 다시 순회 법원에서 행한 텍사스 대학의 결정이 옳다는 판단을 심의해4대3으로 지지하는 안을 채택해 발표했다. 다만, 인종 문제의 고려가 다른 인종을 차별하는 제도를 지양하고, 인종과 동시에 "계급 (Class, 또는 사회 경제적 신분)”도 역시 고려하는 합격자 선발 제도를 지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고, 그것이 현행 대입 사정의 근거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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