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민명기 칼럼



     우리 지역의 유덥 허스키스 풋볼팀이 지난 주 전국 랭킹 11위인 미시간 스테이트 스파르탄스 팀을 누르고 3연승을 하자,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대학 풋볼 랭킹인 AP가 유덥을 랭킹 밖에서 18위로 대폭 끌어 올렸다. 물론 특정 선수가 부상으로 빠진다든지, 홈 경기인지 아닌지, 어떤 컨퍼런스에 속해 있는지 등의 여부가 경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지만, 이기고 지는 실제의 대결 결과에 따라 어떤 운동 팀의 랭킹을 정하는 것은 비교적 자연스럽고 수긍이 가는 문제이다.

 

     이에 비해, 대학 전체의 질을 비교해 랭킹을 정하는 문제에 대해 전적으로 공정하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지는 않다. 이 랭킹 정하기의 기준이나 여기에 사용되는 자료의 정확도나 공정성 등은 스포츠 팀의 랭킹을 정하는 것과 비교해 객관성에 있어 많은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즉, 대학의 질은 각 랭킹을 정하는데 사용되는 몇가지의 기준들로 빠짐없이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없다. 예를 들어, 가장 신뢰받는 대학 랭킹으로 알려진 유에스 뉴스의 랭킹은 재학생들의 6년 졸업율, 펠 그랜트를 받는 학생들의 비율, 교수대 학생의 비율 등 17개의 사항들을 비교해 랭킹을 매긴다. 이외의 사항들은 숫자로 형상화할 수 없기 때문에 또는 그 중요도가 떨어질 지기에, 랭킹 정하기에는 사용되지 않는다. 또 다른 문제는 랭킹을 정할 때 사용되는 자료들이 대학측이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자료들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확하지 않은 변질된 자료들이 제출될 수도 있다는 의구심을 일으키는 이유이다.

 

     지난 12일 매년 이맘때면 미국내 대학들의 랭킹을 매겨 발표하는 잡지인 US News가 2022-23년의 전미 대학 랭킹을 발표했다. 본격적으로는 1988년에 처음으로 대학 랭킹을 발표하기 시작한 이 잡지의 대학 순위에서 적어도 상위 열 자리 정도를 차지하는 대학들이야 매년 큰 변동없이 버티고 있어 왔지만, 올 해는 상황이 조금 달라 관심을 끈다. 유의미한 몇가지의 변화를 살펴 보자. 첫째로, 프린스턴 대학이 지난 몇 년간 계속 부동의 수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올 해도 변동이 없다. 하지만, 지난 해 비약적으로 약진해 하버드, MIT와 공동 2위로 올라 섰던 컬럼비아가 올 해는 아예 10위권에서 밀려 나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몇 주전 필자의 칼럼에서 지적한 것처럼, 작년에 컬럼비아 대학이 전국 2위로 발표되자 컬럼비아 대학의 한 수학 교수가 이의를 제기했다. 컬럼비아 대학측이 유에스 뉴스측에 제출한 일부 자료가 정확한 정보가 아니라는 것이다. 교수대 학생의 비율과 교수들의 최종 학력이 부풀려 진 것이라는 내부자 고발로 밝혀진 자료의 부정확성은 사실로 밝혀 졌고, 컬럼비아 대학측의 사과가 이어졌다. 이 와중에 이런 저런 사정으로 올 해의 랭킹을 정하기 위한 컬럼비아 측의 자료 제출은 늦어졌고, 일부 자료가 랭킹에 반영되지 못하자 컬럼비아의 랭킹은 18위로 내려 앉았다. 대학 랭킹의 허실이 명백히 드러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어서, 2위에는 MIT, 3위에 하버드, 예일과 스탠포드, 6위에는 시카고 대학, 7위에 좐스 합킨스와 유펜, 9위에 칼텍, 10위에 듀크와 노스웨스턴 등이 포진했다. 좐스 합킨스 대학이 매년 10위권 언저리에 포함되더니, 올 해는 유펜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며 7위로 상승해 기염을 토했다. 또한, 지속적으로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의 캠퍼스들이 상위 랭킹으로 진입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작년에 102위에 선정된 캘리포니아 대학의 산타크루즈 캠퍼스가 올 해는 83위로 20계단이나 약진을 해, 캘리포니아 대학의 9개 캠퍼스 중 대다수 캠퍼스들이 100위권 안에 진입했다. 이에 더해 몇년 전부터 계속 UCLA에 한두 계단 뒤로 밀렸던 버클리 캠퍼스가 올 해는 마침내 동율로 20위에 포진해 체면을 살리며 예전의 영광을 되찾아 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 보다 가장 필자와 여러 독자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유덥의 등위일 것이다. 우리 지역의 명문이요, 많은 한인 학생들이 지원하고 입학하는 유덥의 등위에 제일 먼저 눈길이 가는 것을 보니 필자도 이제 워싱턴 주 사람이 다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유덥 시애틀 캠퍼스는 요 근래에 유난히 이 잡지의 랭킹에서는 한 여름날 축 처진 강아지 혓바닥 마냥 힘을 못 쓰는 형국이었다. 올 해도 다른 명문 주립 대학들의 훨씬 뒤쪽인 55위에 자리를 잡았다. 긍정적인 것은 작년의 59위에서 몇 계단을 올랐다는 사실이지만 실제로 다른 세계 랭킹등 여타 랭킹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는 것과 비교해 성에 차지 않는 순위라고 할 수 있다. 올 해 유덥은 플로리다 주립대, 페퍼다인, 뉴저지 주립대, 산타 클라라 대, 메릴랜드 대와 마이애미 대학과 동률로 55위에 선정된 것이다.

 

     물론 이곳 저곳에서 선정해 잊을만 하면 또 발표해서 책과 신문의 판매 부수를 늘리는 장삿속의 랭킹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마음이 동요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자녀가 대학 입학을 앞두고 지원 대학을 선정할 때 이 랭킹들을 참조해 대학들을 비교 분석하는 것이 전적으로 무익하지는 않다. 어느 랭킹이 어떤 요소들을 바탕으로 대학의 순위를 정하는 지를 꼼꼼히 살피면 자신에게 맞는 대학을 찾는 일에 지름길을 찾아 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가, 보다 재빠른 분들은 FISKE GUIDE to COLLEGES (미국 대학들의 특징을 주별, 알파벳 순으로 설명한 책으로 전문가들이 가장 추천하는 책)등을 참조해 지원 대학 리스트를 만들어 나가면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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