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명기 칼럼
머모리얼 데이를 맞아 오랫만에 한가한 월요일 오후에 가족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던 중, 뜬금없이 아내가 물어 온다: “당신 혹시 심리학 전공 대졸자들의 평균 임금이 얼마인지 알아요?” 음색에 묻어 있는 불만스러움에서, 며칠 전 읽은 기사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요즘같이 경제가 어려운 때에, 대학 등록금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 내년에는 한 해에 6만불을 상회하는 대학들의 숫자가 꽤 될 정도인데, 과연 이런 시점에 대학엘 가는 것이 능사인지를 논하는 기사였다. 그중 관심을 끈 것은 이런 고비용 시대에 대학을 가야하느냐가 문제이기보다는 대학에서 어떤 전공을 하느냐가 문제라는 주장이 있었다.
이야기인즉슨, 같은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이들의 임금 차이가 전공에 따라 많게는 9만불까지나 난다는 것이었다. 조지 타운 대학의 교육 연구소 소장인Anthony Carnevale에 의하면, 상담 심리를 전공한 대학 졸업자의 중간 임금이$29,000임에 비해, 석유 공학을 전공한 졸업생의 중간 임금은 $120,000로 그 격차가 무려 9만불이기에 전공에 따라 대학 진학의 타당성 여부가 결정되어야 한다는 분석이었다. “아니 그럼 요즘같이 고민이 많고 어려운 시기에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상담해 주고 치료를 돕는 상담 심리학자들의 급여가 이리 낮고, 사고로 환경을 오염시키는 석유 회사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리도 많은 임금을 주면, 앞으로 누가 상담 관계 일을 할 것이며, 정신적으로 점점 더 복잡해져가는 현대인의 정신 건강은 누가 도울 거라는 말인지 참 이해할 수가 없네요”라고 푸념하는 아내의 지적이 일견 옳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던 차에 고교생 자녀를 둔 한 지인이 전화를 했다. “아니, 석유 공학 전공자가 돈을 그렇게 많이 번다면서요. 그게 뭘 배우는 전공이고 어떤 대학들이 그 전공이 좋아요?” 발빠른 행보에 감탄하면서, 아내를 피해 다른 방으로 자리를 옮겨 아는대로 설명을 해 주었다: 석유 공학(Petroleum Engineering)이란 간단히 말해 원유나 천연 가스를 찾아내고, 채굴하며, 정련하는 일에 관계되는 모든 과정과 설비, 환경 문제까지를 아우르는 사항들을 배우는 전공이다. 이 전공을 택하기 위해서는 학교에 따라 다르지만, 고교에서 미적분을 떼고 과학 분야에 관심과 능력이 있는 학생들이 좋다. 이 분야의 가장 우수한 대학 중의 하나인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의 경우에는 지원 자격으로 지원자들이 고교 매 학년에서 수학과 과학을 계속 수강했기를 요구할 정도이다. 전국에는 약 30여개의 4년제 대학과 커뮤니티 칼리지 또는 테크니컬 칼리지들이 이 전공을 제공하는데, 대부분이 우리 한인 사회에는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학교들이다.
그 리스트를 살펴 보면, University of Texas--Austin (Cockrell), Austin, TX; Stanford University, Stanford, CA (대학원 과정만 있음); Texas A&M University--College Station, TX; University of Tulsa, Tulsa, OK; Colorado School of Mines, Golden, CO; Pennsylvania State University--University Park, University Park, PA; University of Oklahoma, Norman, OK; Louisiana State University--Baton Rouge, Baton Rouge, LA;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Los Angeles, CA; New Mexico Institute of Mining and Technology, Socorro, NM; Texas Tech University, Lubbock, TX; University of Wyoming, Laramie, WY; University of Alaska—Fairbanks, Fairbanks, AK. 이 리스트를 일견하시며, 눈치 빠른 독자께서는 이미 추측하시겠지만, 대부분이 석유가 많이 나는 텍사스나 주변 지역 등에 위치한 대학들이 많고, 학부 과정은 소위 명문 대학이라고 우리 한인 동포들이 생각하는 학교들에는 별로 없다.
또한 특이한 것은 우리 한인들에게 별로 잘 알려지지 않은 알래스카 대학이나 와이오밍 대학같은 소규모 서부 지역의 학교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 대학들은 입학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지만, 해당 학과에 들어가기는 그리 쉽지 않으니 만만히 볼 것은 아니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자신이 택할 전공이 졸업 후에 얼마나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장과 연결되는지의 문제만을 생각해서는 안되겠지만, 이 역시 중요한 문제들 중의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자신의 적성이나 능력에 맞다면, 이 학교들이 그리 유명한 학교가 아니더라도 장래를 위해 지원 여부를 열심히 고민해 볼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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