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명기 칼럼
고등학교에 다니는 10학년 남학생이 어머니와 함께 필자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내년인 2016년 3월부터 개정되는 SAT의 연습 시험을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왜 ACT가 아닌 SAT 시험을 보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꺼리가 안 되는 질문을 하는 것이 의아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이 학생 왈, "SAT는 명문 대학에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이 꼭 치뤄야 하는 주된 시험이고, ACT는 공부가 좀 모자라는 학생들이 보는 쉬운 시험이라는 이야기를 주위에서 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당연히 틀린 이야기이지만, 이 두 시험의 역사를 돌아 보면, 그렇게 이해하고 계신 분들이 있을 수도 있다는 추측이 들었다. SAT는 20세기 초에 아이비 리그 대학을 포함하는 사립 대학들의 입학 시험에 사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시험이고, 역사가 벌써 한 세기에 가까운 전통있는 시험인 반면에, ACT는 1950년대에 전쟁에서 돌아온 참전 용사들이 인근의 주립 대학에 진학할 때 보도록 만들어진 시험이라고 할 수도 있기에, 아마도 똑똑이용과 모자란 사람들용으로 이 두 시험을 구별하는 그릇된 평가가 만들어졌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더우기, SAT는 전통적으로 이 나라를 움직이는 동부에서 만들어져 동부와 서부 학생들에게 인기가 있어온 시험이지만, ACT는 중서부의 깡촌놈들이 만들어 사용한 시험이라는 잘못된 편견이 아직 남아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지금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러한 과거의 영욕을 생각할 때,뉴욕 타임즈가 두 해전 실은 기사는 충격이었다. 이 교육 분석 기사에 의하면, 지난 1986년부터 2010년 경까지 SAT를 보는 학생의 숫자는 60% 정도 늘어난 반면, ACT를 택한 학생의 숫자는 같은 기간에 두 배 이상인 126% 증가했다는 이야기였다. 그 결과, 마침내 2012년부터는 SAT를 보는 학생의 수보다 ACT를 치르는 학생들의 수가 더 많아졌다고 한다. 굴러 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격이요, 촌놈이 도시 양반님들을 밀어낸 형국이라고나 할까? 물론 전체 숫자의 면에서는 ACT가 추월했다고 하나, 필자의 분석에 의하면 상위 명문 사립대 합격자들의 SAT 선호도는 아직도 여전하다.
2006년에는 5:1의 비율이었고, 2014년에는 2:1의 비율로 ACT를 앞서고 있다. 물론 ACT의 추격 속도가 거센 것은 이 통계에서도 분명하다. 더 놀라자빠질 일은 SAT가 경쟁에서 뒤지자 경영진이 바뀌고, 새로운 수장이 행한 가장 큰 결정은 SAT를 2016년부터 개정한다는 것인데, 이 결정의 모양이 심상치 않다. 즉 많은 부분에 있어, 개정된 SAT는 현행의 ACT를 흉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어떤 시험이 갑이고 어떤 시험이 을인지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참, 인생 만사 새옹지마이구먼"하며 상념에 잠겨있는데, “우리 아이가 올 여름 방학을 의미있게보내기 위해서는 뭘 하면 제일 좋을까요?”라고 물으시는 부모님의 전화를 받았다. 10주나 되는 긴 방학을 막 시작하며 점차 초조해지시는 부모님들로부터 7월에 들어서며 가장 많이 받는 질문들 중의 하나이다.
특히 대학 진학을 코 앞에 둔 고교생 자녀들이 있는 가정의 시름은 더욱 깊다. 학기 내내 공부하느라 수고했으니 처음 한주 정도는 밀린 잠을 충분히 자도록 두고 싶지만, 학교 안가는 방학에는 충분히 쉬고 재충전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학기 중에 눈치 보여 못했던 밀린 컴퓨터 게임이나 페이스 북에 드러내 놓고 시간을 쏟는 것을 보면 부아가 치민다 하신다. "ACT나SAT 공부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부모님의 질문에 대답해 드린다. 이전 같으면, SAT나 ACT라고 순서를 바꿔서 말씀드렸을텐데, 그 반대로 이야기를 하는 나 자신을 보며 과연 "올 해의 대세는 ACT가 분명하구나"라는 확신이 든다. 어쨋든, 우리 자녀들이 학기중에는 학과 과목을 위해 공부하고 숙제를 하느라 SAT/ACT (옛정이 있으니 이 순서로 한 번 사용해 줌)와 같이 비교적 시간이 오래 걸리는 시험을 집중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지극히 어렵다. 그렇지만, 여름 방학기간 중에는 학기중보다 훨씬 많은 자유 시간이 있고, 여름 학기를 수강하지 않는 보통의 경우에 숙제나 학과 공부에 얽매이는 부담이 없이 이런 시험 준비에 전력을 다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임에 틀림없다. 그러면, 이 시험들을 위한 준비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먼저, ACT 준비를 위해서는 "The Real ACT Prep Guide," 현행의 SAT 공부를 위해서는 “The Official SAT Study Guide, 2nd edition”을, 개정되는 SAT 시험을 위해서는 “The Official SAT Study Guide, 2016 edition”을 구입해 꾸준히 풀어 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매일 매일 일정한 시간을 정해 놓고 규칙적으로 공부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만약, 혼자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것에 자신이 없고, 문제 풀이에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인근 학원의 방학 특강에 등록하여 공부하거나 주위의 선배들에게 개인 과외를 받아 체계적으로 공부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번 여름에 대입 시험을 준비하려는 학생이나 부모님들에게 중요한 사항은 SAT와 ACT 중에서 어떤 시험 준비를 시키는 것이 좋으냐의 문제이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먼저, 이 두 시험이 현재 막닥뜨리고 있는 다음의 상황들을 알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미국의 어느 대학도 예전과는 달리 지원자가 ACT/SAT 중의 어느 시험 결과를 제출해도 차별을 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둘째, SAT는 내년 2016년 3월부터, 그리고 PSAT는 올 해 10월부터 대폭 바뀌지만, ACT는 전반적으로 현재의 형태를 대부분 유지한다는 점이다. 셋째로, ACT를 선택해 보는 학생들의 수가 전통적으로 강세였던 SAT수험생들의 숫자를 몇년전부터 앞지르기 시작했다는 전세 역전의 이유에 대해 고려해 볼 점이 있다. 이것들을 전반적으로 고려할 때,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은 변경되는 SAT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인 향후 몇년간은 ACT를 선택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는 결론이다. 하지만, 이러한 고려 사항들은 물론 모두에게 차별없이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지금 우리 자녀의 학년이나 상황에 맞춰 생각할 때, 어떤 시험이 우리 자녀에게 더 유리한 시험인지를 살펴 보자.
1. 자녀가 올 가을 학기에 12학년이 되는 경우 이 경우에는 이미 대부분의 학생들이 어떤 시험이 자신에게 맞는지의 여부를 알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 보통 11학년의1월이나 3월 경에 첫 실제 SAT/ACT 시험을 본다고 할 때, 이미 많은 시니어 학생들은 어떤 시험에서 자신이 더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는 지 알 확율이 많다. 이럴 경우에는, 필요시 (소수의 우수 학생들은 이미 11 학년이 끝나기 전에 소정의 점수를 얻은 경우도 있음) 이번 여름에 그 해당 시험을 집중적으로 준비해 여름 방학이 지난 12학년의 9월이나 10월에 ACT를, 10월이나 11월에 SAT시험을 보면 될 것이다 (SAT는 연중 7번, 즉 1, 3, 5, 6, 10, 11, 12월에 실시되고, ACT는 연중6회, 2, 4, 6, 9, 10, 12월에 볼 수 있음). 만일, 11학년에 시험을 보지 못한 경우나 시험을 보기는 했으나 두 시험 모두 적절한 결과를 얻지 못해 아직도 어떤 시험의 준비에 집중 투지해야 할 지를 모른다면, 가능한한 빨리 이 두 시험의 모의 시험을 보고 더 좋은 점수를 획득하는 시험을 찾아 낸 후에 여름 방학 동안 그 시험에 집중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2. 이번 가을에 11학년이 되는 학생들의 경우 자녀가 올 가을에 고교 주니어가 되고 아직 대입 시험을 봐야하는 경우라면, 다음 몇가지의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1) 이미 ACT나 SAT 시험 중 어떤 시험을 택해야 하는 지의 여부를 정하기 위해 각 시험의 모의 시험을 본 후, 어떤 시험을 택해 준비하고 있는 상태라면 그 해당 시험을 이번 여름에 계속 집중적으로 공부하면 될 것이다. 다만, SAT를 선택한 경우라면, 만에 하나 주니어(2016년) 1월까지 시험에서 만족할만한 점수를 받지 못할 경우를 생각해야 한다. 바뀌는 SAT는 여러가지로 현행의 시험과는 크게 다르기에 위의 경우에 직면하면, 상당한 혼돈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그러나 ACT는 현행 시험과 거의 차이가 없기에 이 시험을 선택한 경우라면, 원서를 받는 대부분의 대학들이 조기 전형을 제외하고는 시니어 12월 시험 결과까지도 받아 주므로 훨씬 여유있게 준비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 아직 ACT나 SAT 시험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고민을 해 보지 않은 학생의 경우, 결론부터 말하자면, ACT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 이유는 11학년의 3월인 2016년 3월부터 SAT는 개정된 시험을 사용하기에 이번 여름에 현행 SAT를 공부하고난 뒤, 내년 3월 이전에 만족할만한 점수를 얻지 못하면, 거의 완전히 다른 시험 준비를 다시 시작해야 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ACT는 계속 현재의 형태를 유지할 것이기에 필요한 기간만큼 같은 내용으로 준비해 시험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어떤 분은 이번 여름 방학 때부터 미리 바뀔 SAT의 형식으로 시험 준비를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실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그러실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SAT를 주관하는 칼리지 보드가 개정판 SAT의 전체 시험 견본례를 6월초에나 발표했다는 점이다. 여전히 남는 까다로운 문제들을 살펴 보면, 보통, 어떤 시험이 내용과 형태를 대대적으로 바꾸게 되면, 이 시험을 대비하는 학생은 물론이지만, 이 시험을 대비시키는 학교의 선생님들, 학원이나 여타 교육 기관의 관계자들도 어려움을 겪는다. 즉, 같은 시험의 경우는 여러 해동안 쌓인 노하우나 나름의 비법(?)들을 가지고 학생들에게 비교적 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여러번의 실제 시험 문제들이 가용해 질 한, 두해 이전에는 이런 기관들의 도움이 크게 효과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정이 제기될 수 있다. 덛붙여, 대학 당국자들도 이 시험 결과의 신뢰도에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되기에는 한, 두해가 걸릴 수 있다. 2005년에 개정된 sat에서 처음 도입된 에세이는 많은 대학들에서 점수를 인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바 있다. 이런 여러가지 걸림돌들을 생각할 때, 개정되는 SAT (보통 redesigned SAT의 약자로 rSAT라고 표기함) 보다는 ACT가 보다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3. 자녀가 올 가을에 9/10학년이 되는 경우 이러한 학생들의 경우,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행의 ACT이거나 개정될 SAT 둘 중의 하나를 보면 된다. 물론 가장 처음에 해야 할 일은 이 두 시험의 모의 시험을 본 뒤, 어떤 시험이 자신에게 더 맞는 지를 판단한 후에 이번 여름 방학부터 시험 준비를 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필자에게 어떤 시험을 선호하느냐고 고집스럽게 물으신다면 필자의 대답은 "다음 몇년간은 ACT가 더 유리할 겁니다"라고 대답할 터이지만, 역시 선택은 시험을 볼 각 당사자의 몫이니 심사숙고하여 결정할 일이다. 세익스피어의 햄릿 3막 1장에 나오는 햄릿의 독백,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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