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명기 칼럼
필자가 다니는 시애틀의 온누리 교회에서 한국의 한 유명 목사님을 모셔 말씀 사경회를 개최했다. 한국 교회의 개혁에 관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으시고 말씀만큼이나 자신의 자녀 교육에도 성공한 것으로 잘 알려진 김동호 목사님의 설교를 들을 수 있는 기회여서 만사를 제치고 예배에 참석을 했다. 필자의 직업상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은 물론 자녀 교육에 대한 부분들이었는데, 많은 깨달음과 후회, 또는 반성을 하는 계기가 되는 말씀들이 많았기에 여기 독자분들과 같이 나누고자 한다.
지금 그 내용을 문자 그대로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기억나는 대로 그 알맹이들을 거두어 보면, 목사님의 큰 아이가 고삼일 적에 잠시 공부를 게을리 할 때가 있었단다. 이 깐깐하시지만 (?)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거의 안하시는 아버지, 아들 녀석을 불러 간단히 몇 마디를 하셨다. 아들아, 세상에서 성공하기 위한 이유들을 대별해 보면 두종류 정도로 나눌 수 있단다. 하나는 5천명이나 먹일 수 있는 큰 돈을 자신의 엉덩짝 밑에 깔고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이 성공해 얻은 것들을 다른 이들 5천명과 나누기 위해 열심을 다하는 이들이란다. 넌 무엇을 위해 열심을 다하고 성공하기를 원하니, 너 자신의 배를 채우기 위해서? 아니면, 네 주위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많은 이웃들을 위해서? 똑똑한 이 아들 그 날부터 자신의 공부방 책상 앞에 후자의 내용과 '하나님에게 최상의 것을 드리기 위해' 열심히 최선을 다하자는 인생의 목표를 써 붙여 놓고는 열심을 다해 공부했다 한다.
결과는 어찌되었을까? 지금 이 아들 아프리카의 빈민국 백성들을 위한 비정부 기관에서 능력을 최상으로 발휘하며 너무나 만족스럽게 '잘 살고' 있다 한다. 물론 여기에서의 '잘 산다'는 '부자로 산다'를 포함할 수도 있으나 돈 많이 벌어 자신의 영화를 위해 산다는 의미는 분명 아니다. 이어지는 이야기 하나 더: 우리말에서 '잘 산다'는 부자로 산다는 의미가 주를 이룬다. 가난한 집의 아이를 일컬을 때, 우리는 보통 '못 사는 집 아이'라고 부른다. 우리의 문화속에서 잘사는 것과 못사는 것의 기준이 '옳게 또는 그르게' 사는 것이 아닌, '돈이 있고 없음'이 되어 버린 것이다.
우리 모두가 아는 것처럼, 그건 아니다. 돈 많은 사람이 다 그런 것은 아니나, 재벌 집안 사람들의 물불 안 가리는 싸움질을 보면 그건 아니다. 물론 불편한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나 돈 없는 집 아이들이 그릇되이 사는 아이들이라고 규정할 아무런 준거도 없음은 불문가지이다. 이렇듯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문화가 고착화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김 목사님의 답: 흐름이 역류되었기 때문에. 세상이 바로 서는 참이치는 또는 변질되기 이전의 이치는, 세상사의 흐름이 높은 곳에서 아래쪽으로, 많은 것에서 적은 것으로, 부유한 자로부터 가난한 자에게로 움직이는 것이 정상이란다. 그러나 IMF 때 잘 경험한 것처럼, 현세의 흐름은 역류이다. 그 때, 은행의 금리가 오르자 은행에 돈을 쌓아둔 있는 사람들은 앉아서도 돈을 불리는가하면, 돈을 빌려야 경제를 꾸려갈 수 있는 이들은 높아진 이자에 허리가 휘었다. 없는 자로부터 있는자에게로 돈이 흘러 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많은 이들이 고통을 받는다. 그러므로, 변질된 경제 현상인 '부익부빈익빈'을 벗어나도록 가진 자가 아닌자에게 자신의 것을 진심으로 나누는 그런 세상을 우리 아이들이 꿈꾸며 실현해 나가도록 꿈을 심어 주어야 한다는 말씀이었다. 공부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가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을 얻으며, 부자가 되어 너만 (우리 가족만) 잘 사는 것이라는 유/무언의 압력보다는 훨씬 우리 아이들이 공감하며 진심으로 실천하고 싶어할 동기부여가 아니겠는가? 세상을 휘몰고 돌아가는 이러 역류의 소용돌이에 저항할 힘과 자신이 없거든 다음 이야기를 읽어 보시라 (이러한 논리 전개는 김 목사님의 방법은 아니었을 수도 있으니 그 분을 탓하지 마시고 필자의 치매 수준의 기억력과 조잡한 글솜씨를 혼내시라): 김동호 목사님께서 큰 아이가 2학년인가쯤 되었을 때, 아이의 손을 잡고 동네 골목길을 걸어 가고 있었단다. 저만치 앞에서 5학년쯤 되어 보이는 아이를 보자마자 이 아들 녀석 얼굴에 갑자기 홍조를 띄며, 아버지에게 안하던 어린양을 부린다.
"아버지, 저 형이 전에 날 때렸어요. 혼내 주세요." 잡고 있던 팔을 표시나게 끌어 당기며, 눈은 덩치가 자신의 두 배나 되어 보이는 큰 아이의 얼굴을 향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쏘아 본다. 이 목사님, 어른 체면에 그 녀석을 혼낼 수도 없고 어찌 타일러야 하나 고민하며 엉거주춤 서계신데, 아들 녀석 말릴 틈도없이 쏜살같이 그 아이에게 달려가더니 정갱이를 걷어 차곤 쪼로록 아빠에게로 피해 온다. 그 아이 덩치가 자신보다 훨씬 큰 꼬마의 아빠 때문에 어쩌지도 못하고 그저 '깨갱'...그 다음의 일은 이야기를 듣지 못했으니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것은 이 이야기가 다윗과 골리앗의 싸음을 아주 쉽고 분명하게 설명해 준다는 점이었다. 양치기 목동이 사자도 때려 잡는 등 싸움에 준비가 잘 되었을지도 모르나, 다윗이 이무런 거리낌없이 백전맹장 사울왕도 꼼짝 못하는 골리앗을 대항해 쏜살같이 나아가 그를 단숨에 거꾸러뜨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의 손을 잡고 걸으시는 하나님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명쾌한 비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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