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민명기 칼럼



     요즘 한국에서는 맛있고 특이한 음식을 소개하고 맛보는 ‘먹방’이라고 불리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성황이라고 한다.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영양가 있는 강의나 말씀들을 잘근잘근 썰어 건네 주는 ‘생(각하게 만드는) 방(송)’ 프로그램들도 먹방 만큼이나 많이 있을 터이다. 만에 하나라도,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먹방만큼은 생방도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는 소망이다.

 

     이런 생각 끝에, 그럼 칼럼도 읽는 분들에게 적어도 잠시나마 쓰여진 내용에 대해 곱씹어 생각하게 만드는 맛깔난 칼럼을 써야 할텐데 하는 자성과 책임감이 엄습한다. 이 교육 칼럼의 호수를 살펴 보니 벌써 781호인 것을 보고 필자 자신도 깜짝 놀랐다. 일주에 한 번 나오는 글이니, 연수로 따져 보면 15년이 조금 넘었다. 아마도 지면을 제공해 주시는 미디어 한국의 역사와 거의 같은 연배가 아닐까 생각된다.

 

     지난 15년간 칼럼을 연재하느라 한인 커뮤니티의 소식을 전해 주는 이 신문을 읽어 왔고 본인 역시 통합 학교의 교장이나 시애틀 한인회 등의 단체들에서 조금씩은 도와왔으니, 우리 워싱턴 주 내의 한인들의 생활을 지근거리에서 꽤 오래 지켜 보아 온 셈이다. 이런 단체 저런 단체에 관한 소식들, 두런 두런 들리는 잡음들과 기쁜 소식들, 이런 소식들 중에서 가장 걱정이 되었던 것은 우리 어른들이 각종 협회에서, 교회에서, 가정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서로 치고 박고 싸우는 모습에 대한 기사를 읽을 때였고, 반대로 가장 기뻣던 것은 최근 타코마 한인회 문제처럼 이 갈등들이 ‘사랑’으로 봉합되고 치유되었다는 기사를 읽을 때였다.

 

     우리네 오랜 인류 역사 속에서나, 또는 우리네 작금의 현실 속에서, 매일 끈질기게도 계속되는 현상 중의 하나는 자신의 ‘정의’와는 다른 나름의 ‘정의’를 고집하고 남에게 억지로라도 받아 들이게 강제하는, 마음에 안 드는 상대방에 대한 물리적, 정신적 통제 행위, 즉 ‘폭력’이다. 이와 반대되는 무폭력 주의를 주창한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님의 설교 중 왕거니 한 토막을 잘라 필자의 졸역 조미료를 섞어 대접하고자 하니 맛있는 ‘먹방’ 한 편 ‘생방’으로 즐기시길 희망한다. 물론 본인의 미숙한 요리 실력으로 킹 목사님의 본 맛이 손상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내 자신에게 다짐합니다. 남을 미워하는 것은 감당하기에 너무도 큰 짐이라고요. 우린 우리를 가장 못살게 구는 박해자들에 맞서 분연히 일어 설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말해야 합니다: 우린 당신들이 우릴 고통스럽게 하는 바로 그 만큼 그 고통을 참아낼 것입니다. 우린 당신들의 물리적 힘에 정신력으로 맞설 것입니다. 원하는 것을 행하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당신들을 계속 사랑할 것입니다. 우린 맨 정신으로 당신들의 불의한 법에 복종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악에 타협하지 않는 것이 선과 협력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도덕적 의무이기 때문이지요. 우릴 감옥에 처 넣으세요, 우린 그에도 불구하고 당신들을 사랑할 것입니다. 우리들 집에 폭탄을 터트리고, 아이들에게 겁을 주더라도, 우린 계속 당신들을 사랑할 겁니다. 야밤에 복면을 쓴 침입자들을 우리 동네에 활보케 하고, 우릴 때려 거의 반죽음 상태로 만들더라도, 우린 아직도 당신들을 사랑할 겁니다. 하지만 명심하세요, 우린 우리의 고통을 참아내는 힘으로 당신들을 지쳐 나가 떨어 지게 할 겁니다. 어느 날 우린 자유를 쟁취하겠지만, 그건 꼭 우리만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우린 당신들의 마음과 양심을 울릴 것이기에, 이 과정 속에서 우린 당신들을 얻을 것 입니다. 이 승리는 양수겹장의 승리가 될 것입니다.”

 

     킹 목사님이 알라바마 주 몽고메리 시의 덱스터 침례 교회당에서 1957년 크리스 마스 예배 때 행한 설교 중의 한 토막이다. 폭력 대신 사랑을 외치는 킹 목사의 설교가 매콤한 할로피뇨를 찧는 소리처럼 귀에 쟁쟁하고, 입가에 침이 고이게 만든다. 성경 말씀 중의 한 대목과 같은 레시피로 만들어진 맛이다: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핍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이같이 한 즉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아들이 되리니 이는 하나님이 그 해를 악인과 선인에게 비추시며 비를 의로운 자와 불의한 자에게 내려 주심이라 (마태복음 5:44-45).

 

     악인과 선인이 다 같이 밝은 빛과 때맞춘 비를 향유할 자녀라면, 우리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우리 형제, 자매들이니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인종간, 종족간, 하물며 가족간에도 행해지는 온갖 유무형의 폭력 대신 남을 내 몸처럼 여기는 사랑을 실천하면,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미래는 정말 영양만점의 식탁이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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