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민명기 칼럼



     현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이 혼란의 시대를 규정하려는 많은 노력들이 행해 지고 있다. 필자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삶이 통째로 바뀌는 이 시대가 경계의 시대/공간 (liminal space)라고 통찰하고 인식하는 견해들에 공감한다. 경계의 시대/공간이란 여러가지 다른 분야에서 조금씩 다른 의미로 사용되지만, 일관된 맥을 갖는다. 건축에서의 경계적 공간은 대청 마루처럼 실내와 실외를 경계 짓는 공간을, 지정학적으로는 남북한의 경계 구역처럼 나라와 이데올로기의 차이를 경계 짓기도 한다. 인류학적으로는 성인의식처럼 미성숙한 아이로부터 성인으로 바뀌는 의식을 의미하는가 하면, 종교적으로는 어떤 고통이나 훈련 기간을 통해 어떤 깨달음을 얻게 되는 기간이나 공간을 말할 수도 있다. 즉, 이 공간이나 시간 속에 겪는 경험, 시험, 의식 등을 통해 이전과는 전적으로 다른 세계관 또는 세계에 대한 이해를 갖게 되는 그런 두 시대와 공간 사이에 낀 기간이나 공간을 의미한다.  

 

     이러한 시기나 장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러한 경계 구역을 지금 지나고 있음을 깨닫는 인식이다. 내가 지금 어떤 상황 속에 있으며, 왜 지금 이런 일을 겪고 있는 지에 대해 통찰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잠깐만이라도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인간의 속성상, 이러한 시간이나 경험이 없이는 자신의 삶을 돌아 보지 못하고 고마움을 모르고 스스로 만족하며 생각없이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것이 보통이다. 공기의 중요성을 모르고 지나다가 병상에서 인공 호흡기의 도움으로 건강을 되찾고 맑은 공기를 무료로 마음껏 즐김의 기쁨을 알게 되는 경우나, 식당에 앉아 갖다 주는 음식을 가족과 즐기는 즐거움이 돈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며 고마움을 못 느끼던 과거의 일들을 지금은 아마도 다른 측면에서 보게 되었을 것이다. 경제적, 신체적, 사회적인 고통을 겪으며, 이것에 불평을 퍼붓기 보다는 이 시간을 통해 우리를 돌아 보며 귀중한 것들을 감사하지 못하며 지냈던 파렴치함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갖는 것이 어떨까? 이러한 경계적 시간이나 공간을 갖게 되는 절호의 기회는 보통 외부로 부터 주어진 고통이나 수고에서 시발되는데, 이 공간 또는 시간을 지나 도달할 다른 시간이나 공간이 이전의 것보다 더 바람직한 것이 되기 위해서는 위해서 말한 이 상태에 대한 인식과 사색, 그리고 실천이 필요하다.

 

     필자의 칼럼이 교육 칼럼인 연유로, 이러한 인식과 사색, 그리고 그것의 결과를 삶 속에서 실천하는 일이 현재 고등 학교의 11학년에 재학 중인 주니어 학생들에게 특히 중요함에 관해 조금 덛붙이려 한다. 이들을 위한 시리즈를 지난 주부터 진행하고 있는데, 이 학생들이 불확실한 올 여름을 지나고 직면할 입학 사정에서 사용되는 중요한 요소들에 대해 지난주에 몇가지를 이야기했고, 이번에는 대입 에세이에 대해 좀 더 소개한다. 특별히 올 해의 에세이를 작성할 때 신경 써야 할 점은 수험생이 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로 인해 생겨난 모든 변화들 속에서 어떤 것을 경험하고 무엇을 느꼈으며, 행동으로 보였는 지가 중요한 에세이의 모티브가 될 것이라는 점인데, 거의 모든 명문 대학들이 사용하는 공통 원서의 에세이 제목들을 살펴 보며, 자신의 경험을 어떻게 기술할 지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기 바란다. 올 해의 공통 원서에서 사용할 에세이 제목들은 모두 일곱 가지인데, 이 중에 하나를 골라 250 단어 이상 최대 650 단어 내외의 글을 써 지원 대학에 보내야 한다. 올 해처럼, 각종 시험의 취소로 시험 성적의 제출이 필수로 요구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11학년 2학기의 학교 성적이 나올 수 없는 경우에는 당연히 이 에세이의 중요성이 강조될 것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인지하고 열심을 부릴 일이다. 필자의 번역으로 소개하면:

 

  1. 어떤 학생들에게 자신의 배경, 아이덴티티, 관심이나 재능이 너무나 큰 의미가 있기에, 이것을 말함이 없이는 지원서가 불완전하다고 믿지요. 만일 당신이 이 경우라면, 당신의 이야기를 나눠 보세요.
  2. 우리가 직면한 난관으로부터 배운 교훈은 후에 이룰 성공에 큰 기반이 됩니다. 당신이 겪은 도전, 좌절, 그리고 실패의 순간을 돌아 보세요. 어떤 영향을 받았고, 당신이 이 경험에서 얻은 교훈은 무엇이었나요?
  3. 당신이 어떤 기존의 믿음이나 사상에 의문을 갖거나 도전한 경험을 되새겨 보세요. 무엇이 그렇게 이끌었나요? 결과는 어땟지요?
  4. 당신이 해결한 문제나 해결하기를 원하는 문제가 있으면 말해 보세요. 개인적으로 중요하다면, 어떤 것도 좋습니다. 지적인 도전일 수도 있고, 연구의 과제나 윤리적 딜렘마일 수도 있지요. 그것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해 보고, 해결을 위해 어떤 과정을 밟았는지 또는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써 보세요.
  5. 당신의 개인적 성장과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에 대한 새로운 이해에 계기가 된 성취, 사건 또는 깨달음에 대해 이야기 해 보세요.
  6. 당신을 푹 빠지게 만든 토픽, 아이디어 또는 개념이 있으면 묘사해 보세요. 왜 그것이 당신을 사로잡았나요? 당신이 그것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을 때 누구에게 또는 어떤 것에 도움을 청했나요?
  7. 당신이 원하는 주제에 대해 써 보세요. 기존의 글이거나, 당신 자신이 선택한 주제에 대해 쓸 수 있어요.

이 주제들을 개관하면, 위에서 말한 이 경계의 시대에 대한 성찰에 관해 글쓰기를 요구하는 것과 진배없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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